#️⃣바디프로필 촬영 그 후 소감... #️⃣바디프로필 준비하며 얻은 서른가지
사실 체중이 정확히 얼마였는지도 기억 안난다. 이제 체중은 신경쓰지 않는다. 대충 48.6이었던거 같다. 바디프로필을 찍으면 세상이 크게 달라질 줄 알았다. 내 평생의 소원이 다이어트였고, 난 10년 넘게 단 한번도 그걸 달성하지 못했다. 이번에 마지막이다 싶어서 바디프로필 (그것도 단체로!) 도전한거고 사진찍기 민망하지 않을 정도의 몸을 만들어서 찍었다. 어쨌거나 거울 속에 비친 나는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친구들도 찍어 보내준 영상 보고 너무 섹시하다고 난리였으니까. 그래도 세상은 그대로더라.
나는 그대로 나이고, 태닝해서 조금 더 까매진거? 다이어트 하는 과정에서 소화력이 조금 안좋아져서 날것들을 많은 양을 먹으면 탈이 잘 난다는거? 요리에 욕심이 조금 생겼다는거? 도시락을 회사에 싸서 다닌다는거? 몇가지 말고는 크게 달라진게 없다. 내 삶은 그대로이다. 나는 그대로 나이고, 세상은 그대로 존재한다. 나를 사랑하는 이들은 그대로 내 곁에 있다. 나에게 관심없는 이들은 여전히 나에게 관심이 없다. 나를 사랑하기에, 내가 얼마나 바디프로필을 위해 노력했고 간절하기 바랐는지 알기에 열렬히 호응해준거지 ㅎㅎㅎ 사실 영상도 그저그런데, 좋은 친구들이라 열렬히 반응해줬는지도 모른다. 주변 이들에게 사랑 받고 있구나 :) 반면 나에게 관심없는 이들은 여전히 스쳐지가는 풍경일 뿐, 나에게 관심없다. 사랑받기 위해 다이어트한다? 내가 달라져도 세상은 본질적으로는 크게 달라지지 않기에.
촬영하고 나서 처음 하루 이틀밤은 설레어서 잠도 오지 않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분이 너무나 나에게 잘 어울리는 흑인누나 메이크업을 해주셨고,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면서도 너무나 예뻐서 감탄했다. 하지만 메이크업 빨이었고 화장을 지우니 거울 속 나는 여전히 나, 서시프스더라.
살이 빠졌다고 해서 내가 크게 달라진건 없다. 아 물론 조금 더 예뻐지긴 했다. 얼굴이 조금 갸름해졌으니까. (대신 부작용으로 팔자가 더 패이기도 했다 ㅎㅎㅎ) 그렇지만 뼈대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키가 자라는 것도 아니다. 원래도 정상 체중이었기 때문에 변화 폭이 크지는 않았다. (만약 고도비만에서 현재 체중으로 변했다면 모두가 알아봤겠지만, 겨우 5키로 미만 변한거로는 큰 차이가 없다) 내 눈코입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굵은 갈비뼈는 여전히 굵다. 넓은 등 떡대는 여전히 넓기에 여리여리한 느낌이 들지도 않는다. 아 물론 다이어트가 덜 되어서일수도 있지만, 지금 여기에서 더 뺀다 하더라도 빼는데 한계가 있을거고, 확 많이 빼도 대회용 체중이기에 지속가능한 체중은 아닐거다. 선수할건 아니니까. 결국 유전자의 힘은 크게 극복할 수 없는거다. 아무리 다이어트하고 성형 한다하더라도 내가 갑자기 수지가 될 수는 없다. 오호 통재라. 유전자의 힘을 다시금 느낀다. (엄마 아빠 미안! 사랑해! ♡)
월요일은 똑같이 돌아왔다. 1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바디프로필이라는 목표 하나만 보고 달려왔는데, 그게 달성되었을 때 세상이 달라질줄 알았는데, 여전히 월요일은 돌아왔다. 회사원 S는 여전히 뚠뚠, 개미걸음으로 출근을 한다. 아주 조금 달라진게 있다면 일어나서 야채를 씻고, 양파를 듬뿍 썰며, 군침을 흘리면서 점심 저녁 도시락을 싼다. 오늘은 새로 배송 온 겨자를 듬뿍! 겨자는 어떤 식재료와 조합하면 맛있을지 두근두근 설레본다. 주말에 운동을 못해서 몸이 약간 뻐근하기에 운동복을 챙겨넣는다. 아침에 카페라떼를 절제한지 오래되었으니 오랜만에 나에게 포상을 줄까? 싶다가도 시간에 쫓겨 스타벅스 라떼 한잔 사마시지 못한다. 사이렌오더라는 최신 문물이 시간을 아껴준다 하더라도 역시 시간에 늘 쫓겨 허둥거리는 시계토끼의 시간은 그대로다. 회사원 S는 종종걸음으로 간신히 9시에 맞춰서 회사에 간다. 아침에 라떼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오면 세상이 달라질 줄 알았는데, 지각쟁이 회사원 S의 삶에 모닝라떼가 스며들기엔 쉽지 않아보인다.
회사에 출근해서도 회사원 S의 일상은 똑같다. 예전 직장 동료가 지나가던 말로 "왜 계속 마르세요?" 라고 한마디 한것 외에는 그 누구도 나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오히려 체중이 그대로일때는 다들 살빠졌다고 했었는데 진짜로 살빠지니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없다. 이미 친해졌다는 거겠지. 그때는 덜 친했던 거고. 내가 까무잡잡해졌지만 가디건으로 온 팔을 가려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 마치 여름휴가를 다녀온것처럼 온 몸이 까무잡잡해지고 마음도 부웅 먼 여행을 다녀온 회사원 S는 주간업무회의가 취소된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키보드를 잡는다. 바디프로필 이후의 삶은 여전히 똑같다.
먹고싶은걸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을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친구들이랑 일요일 점심에 맛집을 가기로 했는데, 요놈의 가시나들 체중관리한다고 매번 가던 피그인더가든을 고르더라. 내팔자가 그렇지 모 하고 피그인더가든에서 플레이트를 고른다 (저칼로리로 위장한 고칼로리 음식들이라고!) 달라진게 하나 있다면 친구들이 바디프로필 얘기를 하니 관심을 1g 보이고, 내가 뭐라도 한마디 해줄 말이 생겼다는거? 하지만 식단을 엄격히 하지도 않았고 운동을 무지막지한것도 아니어서 뭐라 할 말도 없긴 했다. 식이장애가 왔던 이야기도 했었지만 워낙 허허실실 성격 좋고 강박과는 거리가 먼 모태 이쁨 날씬이들이라서 공감을 못하더라. 그래, 너희들은 이 식이장애의 문턱 너머도 엿보지 말아라. 저 행복하고 양지바른 곳에 계속 있어라. 친구 한명 왈 "칼로리 계산하며 먹다가 내가 아이돌 할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적당히 했단다. 그래 사실 그 마인드가 맞아. 아이돌 하겠다고 칼로리 다 계산하다가 나처럼 마음에 골병들지 말고. 저 밝은 데에 쭈욱 있어라. 너희들은 그 모습 그대로도 반짝반짝 너무 예쁘니까. ㅎㅎㅎ
촬영장에서의 경험은 날 가슴뛰게 했다. 작가님의 수준높은 디렉팅은 감탄을 자아냈고, 헤어메이크업은 너무나 완벽했다. 하지만 수많은 가슴뛰는 일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다음날 친구들과 아트페어 가서 멋진 작품들을 관람하고, 작가님들과 얘기 나누는 일도 가슴 뛰는 일이었다. 어제 내가 힘들던 시절 수박 잘라주던 소중한 동기에게 생일축하 카톡을 보냈는데 한참이나 답이 없길래 조마조마하다가 답장이 왔을 때 뛸 듯이 기뻤던 순간도 가슴 뛰었다. 100일간 온전히 내 삶을 거기에만 바치기에는 아쉬운 정도였다.
무대 위에서의 순간만큼은 아니었다. 무대 위, 연주할 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모두의 찬사와 박수를 받으며 내 연주에만 집중될 때. 그 때의 가슴뜀. 설렘. 그 정도라면 가히 100일을 오롯이 바칠만 하다. 근데 이건 그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잔잔하게 내 삶의 만족도 전반이 올라갔을거다. 총합으로 치면 더 크려나? 그럴수도 ㅎㅎㅎ
과정에서 얻은건 많다. 그건 하나씩 정리해보기로.
1. 함께 준비한 친구들과의 뜻깊은 시간. 우정 2. 식이장애를 경험하고 극복하면서 - 공감대의 폭이 넓어진거. 대부분 사람들은 공감 못하겠지만 이걸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탈출구가 안보인다. 우울증과 비슷하다. 3. 학습된 무기력을 어떻게 이겨낼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학습된 무기력이었다. 수험생활 이후로 처음이었던듯. 그래도 이겨냈다. 존버는 승리한다 4. 이번에 경험한 식이장애, 과거 우울증 병력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 5. 요리에 관심. 나만의 꿀조합. 내가 어떤 식재료를 좋아하고 덜 선호하는지 관찰. (난 생각보다 토마토를 안좋아해! 미안, 토마토야 ) 6. 영양제 골고루 챙겨먹기 7. 맴짠 회사식당밥 대신 건강도시락 챙겨다니기 8. 건강한 식재료를 챙겨서 먹는 즐거움을 깨달음 9. 주방이 복작복작해졌다! 10. 뭐... 인스타 사진 한두장, 카톡 프사 한두장 정도? 11. 인물 포즈 디렉팅 관심. 몸 구도에 대한 관심. 바디포징에 대해 아직 많이 몰랐구나. (특히 어깨 사용은 완전히 반대로 알고 있었다) 더 연구해보자 12. 상하체 밸런스를 맞춘 운동. 하체만 죽어라고 했는데 상체도 하게 된거 13. 라운드 숄더 개선 14. 코어가 단단해진거. 복근운동 싫어했는데 재미 붙인거 15. 내 감정, 몸 컨디션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관리하기. 나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16. 그 덕에 전반적으로 감정기복 줄어들었다. (좋은 쪽으로) 부정적인 쪽이 줄어들었다 17. 즉각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을 알고, 실천할 수 있다 18. 수면의 질에 관심갖게 된 것. 브레이너 제이 등의 채널을 이용하게 된 것 19. 기록의 힘에 대해 느낌. 특히 일기에 가까운 식단일지를 쓴 것 20. 꾸준히 무언가를 지속한 것. 기록이든 도시락 챙기는거든 운동이든 21. 동기부여 방식에 대한 고민들. 사람 성향에 따른 동기부여 방식. 메타인지. 이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지가 벌써 오래되었다. 22. 글을 쓰겠다. 뚜렷한 주제와 타겟이 생겼다. 설렌다! 23. 다른 스타일을 시도해보았다. 까무잡잡 흑인누나 스타일도 잘 어울린다 24. 성공경험을 하나 더 쌓은 것. 다른 분야에서 또다시 학습된 무기력이 찾아온다고 해도 과거의 성공경험을 돌이켜보며 이겨낼 수 있다. - 베토벤 3악장, 레이첼 야마가타 무대에 올린거, 수험. 10km와 15km 완주. 이제 내 삶에 또 남은 중요한 과제.
과거의 실패 경험들 - 입시. 회사에서 어려움. C씨와의 관계. 우울증. 자살기도. 이런 것들이 있었지만, 뭐 실패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난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25. 새로운 시도들. 바디스크럽. 왁싱. 헤어앰플 26. 당당함. 나시티? 뭐 어때? 내가 끈나시티 입는데 네가 보태준거 있어? 부유방은 인류의 미덕이라고! 27. 부모님이 이제 막 먹으라고 안하시는거 ㅎㅎㅎㅎ 28.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발목 부상을 입었지만 대신 다른 방식으로 운동을 한다. 어떻게든 방법은 있다. 29. 러닝에 재미붙인거. 15km 완주. 하프 마라톤 신청. 우리동네 러닝크루 정회원 입성 30. 고통을 직시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대로 바라보기. 남들과 비교하지 않기. 나만의 방법, 나만의 길이 있다. 고통스러워도, 폭식한 날에도 그 조차도 나다. 내 가치는 훼손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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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 kg
Lost so far: 3.6 kg.
Still to go: 4.6 kg.
Diet followed: Reasonably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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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4 k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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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 42.49g | Prot: 66.40g | Carbs: 196.17g.
Breakfast: 카누 민트초코 라떼, 바로드숑 아침 단호박, 사과, 귤. Lunch: 허쉬 허쉬 밀크 초콜릿, 오리온 핫브레이크 미니, 흑미밥, 혼합 샐러드 채소, 겨자, 피그인더가든 랜치드레싱, 곰곰 닭가슴살 슬라이스 120g. Dinner: 서브웨이 랜치 드레싱, 야채샐러드 (드레싱없이), 병아리 콩, 피클, 절인 사탕무 (내용물과 액체, 통조림), 닭고기 구이, 구운 피타 빵, 팔라펠, 코스트코 후무스.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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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ing 1.8 kg a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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